:::지리산 심마니:::
 
  글 남 기 기


이기태와 함께 사는 지리산  

지난 봄

산수유의 노란 꽃잎이 절정을 이룰 때 가족과 이웃이랑해서 남원 터널 막 지나자마자 위치한 지리산 산동의 월계 마을에 있는 기태의 집을 찾았다.

깊은 골짜기에 있어 하늘의 달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월계 마을은 몇 십년의 도시 생활 중 내내 가고 싶었던 한적하고 깨끗하고 신비스러운 바로 그 곳이었다.

마을 곳곳에 피어있는 산수유는 노오란  꽃의 신비스런 색깔과 함께 나무가 갖고 있는 뜨거운 열을 뿜어내려 몸부림 친 흔적으로 껍질이 산산히 터져버린 줄기들이 인상적이었다.

기태가 직접 차려준 쑥 국이랑 산나물 저녁을 아주 맛있게 들었다.
열명이나 되는 음식을 혼자 차리고 준비하는 기태의 손놀림은 그야말로 일류 호텔의 주방장 정도는 훨씬 뛰어넘는 신기였다.

등산을 가든지 야외에 나가든지 언제나 모든 궂은 일을 혼자서 부지런하게 해치우는 기태지만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더욱 부지런해진 기태가 놀라울 뿐이다. 기태도 사람인지라 힘들고 성가실 것이다. 그러나 한번도 찡그린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언제나 그 큰입은 웃음이 가득하고 아직도 애의 모습으로 남아 있는 눈은 항상 개구장이 그대로이다. 꿈결같은 다정한 목소리. 참 좋은 사람이다. 여러 직장을 거치며 가는 곳마다 열정적인 모습으로 혼자서 다른 사람 열명 스무명을 거뜬하게 먹여 살리고서도 항상 그렇듯이 공은 남에게 뺏기고도 너털 웃음만 짓는다.

사회란 것이 살아보니 신발... 솟같아서 영악하고 가증스런 넘들이 폼잡고 으시대는 꼬운 곳이지만 그날밤 월계 마을의 오솔길을 거닐며 넓고 깊은 지리산 자락에 휩싸여 기태가 한 말이 생각난다. 지나온 날 신경 쓰지마. 이제부터다. 난 120살까지 살련다. 앞으로도 칠십년이다. 하하. 여기 지리산에서 산수유 꽃에 묻혀 나물 캐고 산책하고 뿌려 놓은 산삼주 담가 먹고 실버 촌에서 지리산 계곡의 시원한 물에 발 담그고 헛헛허..
그래서 나도 한마디 했다. 그래 니가 120살까지 사는 지 한번 보고 싶다.

어렸을 땐 산 모퉁이를 돌아가는 철도 길을 보아도 뭔가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촉촉함이 있었는데 이젠 아무리 좋은 곳을 지나도 메말라 삭막한 생활이다. 갈수록 팍팍하고 숨가뿐 것 같다.
하루 빨리 이 건조함을 탈출하여 상쾌한 지리산 계곡의 공기를
마시며 촉촉하게 살고 싶다. 기태는 정말 훌륭한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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