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짇날 상위마을 답청   밤새 비가 흩뿌리고 , 아침 하늘은 낮았다. 꽃마중 하러 가자는 날씨치고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세무서 쪽에 벚꽃이 꼬마전구처럼 대낮에 불 밝히고 있는 모습을 보니 대번에 마음이  화안해진다. 봄날 하루 햇볕은 마술붓 같다. 메말랐던 나뭇가지들에 화악 꽃을 매달게 하다니.. 올 봄은 특히 그렇다. 꽃샘 추위로 한꺼번에 지각을 한 꽃들의 이름을 다 불러냈다. 생글거리며 네! 네! 하며 대답하고 있는 듯한 꽃들의 모습.. 모인 사람은 여섯 명.   반타작도 안되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완주 송광사에 가서 벚꽃터널을 지나 혼불에 나오는 사천왕상의 모습을 맞춰 보기라도 하지, 좀 생소한 정령치 마애불군상을 가는 건 어때?  설왕설래하다가 결국 낯선 곳에 손을 잡아준다.   정령치 마애불상.....마한시대의 정장군, 황장군 전설이 얽힌 곳, 1000년 전, 11세기 무렵에 해발 1100m, 이 높은 곳의 절벽에 새긴 큰 부처님, 작은 부처님들, 무슨 사연을 안고 천 년 뒤의 아낙들을 만나줄 것인지..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남원을 지나가다가 산동 산수유 마을에 먼저 가 보자는 제안. 좋습니다. 지리산 심마니에 연락을 취해 보니 주인장께서 마침 구례에 나와 계신단다. 전주에서 1시간 15분 정도, 지리산 온천 쪽으로 들어가니 입구에서부터 벌써 노란 산수유 천지다. 어제 온 비로 계곡의 물은 흐뭇하게 포말을 날린다. 상위마을엔 관광객들도 많고, 산수유꽃 돌담길도 제주도 못지 않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에 돌담길이 이어져 있어 사진을 찍느라 올라가지를 못하는 아줌마들. 아이그 오기를 잘 혔지, 잘 혔어. 마을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정자에 올라보니, 노란 물안개처럼 피어오른 산수유 꽃무리 속의 마을.. 멀리 눈 녹지 않은 계곡을 품은 지리산..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점심을 예약한 <지리산 심마니>펜션의 주인장은 아직 구례에서 오시지 않아 사모님이 점심 준비 중. 그 사이 우린 계곡 옆에서 쑥, 돌나물, 머위 캐는 봄처녀가 되다.   점심상은 계곡 옆에 차려지고, 특히나 고춧잎 장아찌와 갓김치와 달래무침과 굴젓과 땅에 묻어둔 김치맛이 삼삼하게 끝내줬는디요, 쥔장 왈, 내, 진달래를 따올팅께 화전 부쳐 먹읍시다이? 오매, 오늘이 삼짇날인디,  나물반찬에 진달래화전까지 먹게 되다니 이것이 무신 복이다요? 찹쌀가루를 미숙아씨가 익반죽해서 치대니까, 여럿이서  이걸 동글동글 만들어서 후라이팬에 지름 두르고 치지직 지져낸 담에 뒤집어갖고 진달래 꽃잎을 척 붙여농께 쥔장이 술과 스리랑카 티(tea)를 또 내놓는 거여. 진달래꽃잎을 띄워서 화전옆에 나란히 놓응께 이게 별유천지비인간이라. 나도 모르게 사설이 판소리 박자를 따라가는 거여 시방. 화전 한 장 부쳐먹고, 나눠먹고, 집에 새끼들 갖다 준다고 은종이에다 이쁘게 싸가지고 다 가방 속에 꼭꼭 챙겼지. 오늘 저녁엔 쑥국에 돌나물에 화전이라.. 저녁 찬도 미리 다 챙겨부렸어. 난중에 두릅 올라올 때 또 오쇼이? 심마니 사장님 뒤로 하고 지리산 정령치로 향할제, 오늘이 삼월 삼짇날이라, 답청도 하고, 화전도 부치고, 경심아씨는 노랑 나비도 봤대지 뭐여, 재수 광나부렀어. 삼짇날 첨으로 노랑 나비 보면 아따 그 해 운수대통이라더만. 정령치에 올라가 보니, 3월, 4월말까지는 산불방지를 위해 입산금지랍니다. 애걸복걸 협박과 미인계까지 써도 소용없다는 관리 아저씨 때문에 할 수 없이 훗날을 기약하고 내려오는 길에 뱀사골 계곡의 물이 와사삭 와사삭  웃습디다. 또 오랑게, 또 오랑게...